728x90
반응형

차창을 두드리는 빗소리가 오늘따라 이렇게 얄밉고 안타깝게 느껴지는 날이 또 있을까 싶은 늦은 오후입니다. 이제 5월이니 날씨에 대한 걱정은 하지를 않고 행복하게 구경을 하러 다닐 생각만 해서 옷도 티만 하나 입고 나섰는데 자동차 온도계에 표시되는 온도는 7도, 이건 초봄 날씨가 아닌가 싶습니다. 거기다가 원주로 들어가면서 기온은 조금씩 더 떨어지는 듯하더니 다행히 10도 정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비가 너무 내리는 터라 차 밖으로 나서면 아무래도 감기 걸릴 것이 걱정이 됩니다. 하는 수없이 만약을 위해 원주에 있는 작은 시장에 들러 급히 얇은 잠바를 하나 사 입고 오늘 이곳을 구경해 봅니다.

대하소설 토지를 모르는 분은 아마 거의 없을 것 같은데 학교에서도 익히 들어온 터라 토지를 읽지 않은 사람도 제목 정도는 알고 있을 테지요. 작가는 박경리님인데 1926년 출생하여 2008년 타개를 한 분이지요. 고향이 통영이라 그곳에 안장이 되셨다고 하는데 원주에 사시던 집과 함께 문학공원이 조성이 되어 있어서 다녀왔습니다.

원주 박경리문학공원 주변을 차를 몰고 주차할 만한 공간을 찾아보았지만 주차장은 이미 만차 상태라 주변의 갓길을 이용할 수밖에 없더군요.

오늘은 오전에 비가 오고 오후에는 비가 그칠 것이라는 기상청의 예보를 믿고 움직였는데 오늘도 역시 그 예보는 빗나가버려 구경을 그만두고 집으로 돌아갈 생각도 한 날이지요. 그래도 비가 오는 중에 구경을 하는 재미도 가끔은 있는지라 우산을 쓰고 카메라를 옷 속에 숨기면서 구경을 시작해 봅니다.

주차장 옆 문학의 집 앞쪽에 이 안내도가 있으니 잠시 눈으로 경로를 생각해 두시고 움직이시면 좋습니다.

주차장 우측으로 보이는 풍경인데 전체적으로 정원 느낌의 공원이며 규모는 크지가 않습니다. 우측의 산책로를 이용해서 반시계 방향으로 한 번만 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빗줄기가 조금 더 굵어지고 있지만 사진상으로는 비가 오는 것을 느낄 수는 없네요. 그래도 나무 데크를 보면 흠뻑 젖어 있으니 비가 오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겠지요. 작은 연못이 있는데 비가 와서 그런지 깨끗한 모습이 한 모금 마시고 싶은 충동도 생길 정도지요.

연못 물은 조금씩 흘러서 작은 개울을 이루고 그 물을 생명수로 끌어다 마시는 나무와 꽃들은 그것을 영양분으로 해서 나뭇잎을 틔우고 꽃을 피우는 것이겠지요.

여름철 장맛비처럼 내리는 비는 아니니 신발을 적시는 비를 이용해 아이들처럼 잠시 물장구도 쳐봅니다. 어린 시절 장화를 신고 빗속을 우산을 쓰고 돌아다니던 그때의 추억이 가물가물하네요. 그때는 비가 오는 날이 왜 그렇게 좋았는지 모르겠습니다.

나무 데크 길에는 작은 그림과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적여 있으니 관심이 있으시면 한번씩 읽어보시면 이곳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들이지요.

낮은 언덕을 올라서 보니 이곳에도 공간이 있는데 홍이동산이라고 부르나 봅니다. 토지 소설 속에 나오는 뒷동산을 말한다고 하네요. 한적한 곳이라 바위에 앉아서 휴식을 취하면서 졸기에도 좋아 보입니다. 다만 비가 오는 날에는 그러고 있으면 사람들이 미친놈 취급을 할 테니 그러지는 마세요...^.^

반대편에는 계단이 조금 있는 산책로가 이어져 있는데 주변에 있는 건물들과 도로가 교묘하게 보이는 둥 마는 둥 그런 곳이라 해가 있는 날에도 해를 피하기에 좋은 곳입니다.

나무 한 그루를 중심으로 삥 둘러 잔디도 심어 두었는데 주변 도로에 차들이 많이 보이는 것이 아쉽네요. 이 나무가 아무래도 토지 속의 그 일송정을 의미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곳에 우물이 하나 보입니다. 갑자기 우물이 나왔으니 무슨 이유가 있을 텐데 아마도 토지 작품 중에 나왔던 용두레 우물이 아닐까 하네요.

이어서 돌무덤과 흙무덤도 있는데 토지의 2부의 주요 배경지로 알려진 간도 용정의 돌무덤과 흙무덤인 것 같습니다. 토지를 읽어보지 못한 사람으로서는 추가적인 설명을 붙일 수가 없군요.

우산 위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걷는 중에 건물을 타고 오르는 담쟁이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저렇게 계속 오르고 또 오르다 보면 나중에는 이 벽 전체를 모두 덮어버릴 기세네요.

비가 오니 이 황매화 꽃잎도 무게를 못 이기고 아래로 향해 늘어져 있는데 안타까움에 사진을 찍어줍니다. 사진 속에 담아 둔 모습을 나중에 보여주고 싶은 데 이곳을 다시 들를 날이 언제일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지요.

이제 골목을 돌아 박경리님의 옛집으로 잠시 들어가 봅니다. 오래된 곳인 듯 나무들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는 곳이라 이런 곳에서 살면 시심이 저절로 생길 것 같네요.

가는 길에도 박경리님의 생각과 사상이 엿보이는 작은 글귀들이 적힌 것들이 있으니 한번씩 읽어 보셔도 좋지요.

박경리님의 옛집 앞마당의 모습은 이렇게 보이는데 큰 나무들이 보이는 곳이라 왠지 아이들이 할머니 손을 잡고 웃으며 놀이를 하는 모습이 떠오르는군요.

박경리님의 대표작인 토지는 조선 말부터 일제 식민지 시대를 거치기까지의 역사적 변화 속에서 한 양반 가문의 몰락과 그 전이 과정을 그린 작품이라고 하지요. 전체 16권이라고 하는데 1994년에 완간이 되었다고 합니다. 대하소설인 만큼 26년간의 지필을 통해서 탄생한 작품이라고 하니 대단한 분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박경리님의 옛집에 불이 들어와 있는데 누군가 있는 것 같아서 사진도 찍지 못하고 돌아 나왔습니다. 혹시나 후손들이라도 살고 있다면 민폐가 될 것이 우려가 되었지요. 그런데 다른 분들의 사진에 실내를 찍은 경우가 있는 것을 보니 안에도 구경을 할 수는 있는가 봅니다. 물론 저는 이곳에 있는 옛집이나 문학의 집, 북 카페 등의 실내는 들어갈 생각이 없었지요. 대신 이렇게 뒤에서 건물의 모습만 살짝 찍어 봤습니다.

다시 출발 지점의 반대편의 모습입니다. 의자들도 많이 보이는 곳이라 날씨가 좋으면 커피 한잔 손에 들도 책 한 권을 눈으로 읽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글을 쓰는 작업은 무척 난해하고 힘이 드는 일이라 쉽게 생각할 수 없는 일이지요. 음악을 만들거나 그림을 그리는 행위처럼 글을 쓰는 일도 하나의 번뜩이는 영감과 지혜를 통해서 그 결과물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니 이렇게 작품 활동을 하시는 분들을 보면 항상 존경의 마음이 생기더라구요.

북 카페의 건물 모습도 운치가 있는 모습이라 들어가서 커피 한잔하고 싶지만 역시 코로나19가 무서워서 그냥 주변만 돌다가 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북 카페 앞에 서 있는 큰 나무가 풍경을 보다 상쾌하고 서늘하게 느껴지게 하는 것 같습니다.

햇빛이 비치는 날에는 분수도 틀어져 있을 테니 집 책꽂이에 있는 책 한 권 손에 들고 이것으로 와서 잠시 독서를 하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때로는 스마트폰보다 책이 더 좋을 때가 있지요.

원주 박경리문학공원은 문학의 집과 북 카페, 옛집 등도 있으니 이용을 하시면 되는데 문학의 집의 경우는 일부는 내부에서 사진을 찍을 수 없게 되어 있다고 하니 주의하시고 주변을 천천히 산책을 해 보시면 학창 시절 시심에 적어 시를 끄적이던 그때가 생각나실 것 같아요. 실내를 구경하지 않았으니 구경하는 데는 약 15분이 걸렸습니다.

자차로는 네비를 이용하시면 되구요, 대중교통으로는 원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16번 버스를 타면 약 12분이 걸립니다.

 

[참고]

- 연락처: 033-762-6843

- 주소: 강원 원주시 토지길 1

- 출입가능시간: 10:00 ~ 17:00

- 휴관일: 1월 1일, 설날, 추석, 넷째 월요일

- 주차비: 없음

- 입장료: 없음

- 방문시기: 2021-05-01

 

728x90
반응형
블로그 이미지

미르아빠

메인으로 국내 여행지를 소개하고 컴퓨터/IT 관련 정보도 있습니다. 여행 많이 하시고 항상 건강하세요.

,